거칠부가 세필에 능했다는 증언에서 덕만의 화주(돋보기)를 떠올리는 건 당연할 거다. 어딘가 세필로 그 불가능한 꿈이 쓰여있을 텐데 덕만은 화주가 있으니 그걸로 보면 되겠네 싶은 순간, 작가들이 괴물처럼 느껴졌다. 이 화주는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외국상인이 어린 덕만에게 준 거였다. 그동안 참 요긴하게 쓰였다. 찻잎을 벽돌로 만들었다가 들켰을 때, 덕만이 화주로 찻잎을 태웠다. 어린 덕만은 또 설지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에게 비를 내릴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화주를 이용했다. 비담이 거짓 장풍을 쏠 수 있었던 것도 화주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화주, 처음 등장한 게 3회다. 내 기억에 머리 노랗고 뚱뚱한 상인이 줬다. 그런데 이 화주가 32회에 등장해 다시 이야기 전개상 요긴하게 쓰인다. 무려 29회까지 이어온 복선이다. 그간의 쓰임새를 봤을 때, 작가가 처음부터 모든 세부사항을 짜놓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복선이다. <선덕여왕>의 대본은 지금도 쓰이고 있겠지만, 쪽 대본으로 쓰이는 건 아니라는 증거물이 아닐지. 그러고보면 50부작 사극드라마에 영화적 구성을 시도하는 야심 아닌가. 32회에 재방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거다. 이 바닥에 발을 디딘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청자를 위한 배려로 봤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면 최근 결정한 연장12회가 걱정스럽다. 작가들의 계획 밖에 있는 이야기일텐데 어쩌나.
- 2009/08/30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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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중화권 사람들을 만났다. 한 명은 영화배우 장쯔이고, 다른 한 명은 허우샤오시엔과 지아장커의 영화음악을 만드는 임강이란 뮤지션이다.(그는 <호남호녀>와 <남국재견>의 배우이기도 하다.) 이들을 한 주에 몰아 만나기 위해 역시 몰아서 영화를 봤다. 허우샤오시엔의 <희몽인생>으로 시작해서 <남국재견>과 <밀레니엄 맘보>로 이어졌다. <무용> <스틸라이프>를 연달아 봤다. 장쯔이 인터뷰를 위해 <소피의 연애매뉴얼>을 봤고, 집에 돌아와서 지아장커의 <세계>를 다시 봤다. <세계>를 보고 있는 데, <소피의 연애매뉴얼>(이하 <연애매뉴얼>이이 떠올랐다. 로맨틱코미디 영화와 중국 지하전영의 독립영화를 어떻게 연결지어야 할지 스스로도 난감했다. 그런데도 <소피의 연애매뉴얼>이 떠올랐다. 장쯔이와 임강은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사람들인데, 지아장커의 <세계>가 이들을 이어주는 듯 했다. 정확히 말하면 <소피의 연애매뉴얼>과 <세계>를 꼭 함께 봐야 할 것 같았다. 변화를 맞이한 중국의 이면을 파헤치는 지아장커의 영화가 새로운 장르에 대한 중국영화계의 도전에 할 말이 있을 듯 보였다.

<연애매뉴얼>은 만화가인 소피가 자신의 연애담을 그려 책으로 출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섹스 앤더 시티>의 캐리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는 부분이다. 소피는 결혼을 약속한 연인 제프에게 차인다. 제프는 여배우 안나와 사랑에 빠졌다. 소피는 안나의 전 애인이라는 고든을 만난다. 이때부터 <패자부활전> 혹은 <애딕티드 러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니, 그 전에 소피가 많이 본 여자다. 그녀는 브리짓 존스 같기도 하고, 아멜리에 같기도 하고 심지어 엽기적인 그녀 같다.
중국 본토에서 처음 등장한 로맨틱 코미디인 <연애매뉴얼>은 90년대 한국에서 등장한 <닥터봉>,<패자부활전>, <키스할까요>등과 비교할 수 있는 영화다. 현실의 비루함을 걷어내고 오로지 사랑에 골몰하는 한국 대중영화의 남자와 여자는 그때 처음 탄생했다. 물론 이들은 맥라이언의 영화를 비롯한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벤치마킹했다. 새로울 것이 없다 해도 그들은 자본에 대한 걱정 없이 사랑만을 고민할 수 있는 전문가 직업군을 열망하게 했다는 점에서 <연애매뉴얼>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주 소비층 세대를 주인공을 설정하고, 그들의 일상을 밝고 아름답게 꾸며준다는 점에서 로맨틱 코미디는 자국에서 더 호응 받을 수밖에 없는 장르일 것이다.
변화의 시점에 놓인 로맨틱 코미디는 다른 시대의 다른 장르보다 더 간교한 공간설정을 보여준다. 그것은 트렌드란 설명으로 합리화되지만, 사실상 트렌드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게 그들이다. 현실에 있기는 하지만,거의 없는 공간. 트렌드 세터들이나 알고 있을 공간, 쉽게 말해 자국의 땅에 이제 막 들어서기 시작한 공간을 찾아낸다. 물론 이 방면에서는 역시 영화보다 드라마다. (드라마 보다는 CF다.) 드라마 <질투>에서 처음 봤던 편의점은 직접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질투>가 방영됐던 1992년, 그 때는 ‘24시간 편의점’이 시내에서도 번화가에 속하는 곳에만 있었던 편의점의 과도기 시대였다. 그런데 <질투>의 하경과 영호는 밤마다 ‘세븐일레븐’에서 만나 라면과 김밥을 먹는다. 나중에 잠시 떨어졌던 그들이 다시 만나는 곳도 편의점이었다. 밤 12시가 지나도 마음껏 야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에 놀랐고, 그곳에서 사랑을 키워갈 수 있다는 점에서 로망이 됐다.
<연애매뉴얼> 역시 공간설정에서 로맨틱 코미디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는다. 호화스러운 오피스텔이 이야기의 중요한 포인트를 제공하는 가하면, 캘리포니아 와우 피트니스에 비견할 만한 헬스클럽, 사진전시회를 열고 코스프레 파티를 할 수 있는 갤러리 등이 인물들이 놓인 공간이다. <연애매뉴얼>은 여기서 더 나간다. 아예 북경이란 공간을 지워버리려 했다는 점에서 더 간교하다. 주인공들이 복닥거리는 거리마저도 북경이 아니다. 아예 뉴욕이다. 처음에는 북경에 대한 선입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작을 겸한 장쯔이가 말했다. “감독은 영화 속 도시를 사람들이 봤을 때 어디라고 규정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닌 환상 속의 도시처럼 그리려고 했다. 영화 속 택시도 베이징에 없는 택시다. 영화를 위해 따로 만들었다.” <연애매뉴얼>은 로맨틱 코미디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대륙의 야심이 빚어낸 결과물일지 모른다.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욕구가 유사 할리우드 영화들을 벤치마킹하게 했고, 가장 ‘핫’한 트렌드를 끌어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결론을 내야 할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지아장커의 <세계>가 등장해야 할 부분이다. 지아장커는 북경의 세계공원이 가진 아이러니에서 출발한다. 중국이 자신들의 발전상을 만천하에 공표하고자 세계공원을 만들었다는 설명은 단순해 보인다. 세계공원은 동일시의 욕망이 깃든 공간이다. 세계무대에 뛰어드려는 중국이 다른 세계와 동등해지고자 세계를 끌어안았다. <세계>는 이곳을 부유하는 중국인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따오는 세계인을 연기하는 무용수다. 그녀는 인도여자가 되었다가 일본여자가 되기도 한다. 세계공원 자체가 무대고 그녀는 세계를 끌어안고 싶은 중국의 욕망을 연기하는 배우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의 그녀는 소외되고 좌절하는 중국인이다. 당연히 그들의 현실은 무대 위가 아니라 대기실에서 펼쳐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대기실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돈을 벌기 위해 중국에 왔다가 결국 호스티스가 될 수밖에 없었던 러시아 무용수의 이야기다. 그녀와 따오가 부둥켜안고 우는 풍경은 실제의 중국이 끌어안고 있는 세계일 것이다.

지아장커가 <연애매뉴얼>을 본다면, 분명 그는 이 영화를 세계공원의 뉴욕섹터에서 찍은 작품으로 볼 것 같다. 이 영화의 목적은 로맨틱 코미디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것에그치지 않고 세계를 닮고 싶은 중국의 욕망을 포착하고 집약시키고 있다. 그러니 <세계>의 주인공 따오는 <연애매뉴얼>의 주인공 소피가 아닌 소피를 연기한 장쯔이와 비교해야 할 것이다. 장쯔이는 소피를 연기하지만, 사실상 그녀는 미국인(캐리)으로 시작해 영국인(브리짓 존스)이 되기도 하고 프랑스인(아멜리에)가 됐다가, 한국인(엽기적인 그녀)으로 변신한다. 세계공원 무용수인 장쯔이의 하루 일과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타임스퀘어의 모사품이 위치한 뉴욕섹터에서 시작해 미니어처 빅벤이 있는 영국섹터에서 잠시 있다가 에펠탑을 돈 후, 한복으로 갈아입고 남대문이 있는 한국섹터에서 일을 마치는 것. (실제 세계공원에 한국섹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연애매뉴얼>은 <세계>안에 위치하는 영화다. 지아장커가 지적한 중국의 사회적 징후가 바로 <연애매뉴얼>이다.
- 2009/08/29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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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이 남았다. 길학미가 슈퍼스타 K가 될 것 같다. 혹은 박태진이다. 다른 것 모르겠고 이들은 노래 실력이나 외모나 개성이나 혼자서 노래하는 게 어색하지 않다. 둘 사람 중에 기대한다면 박태진이다. 싱어송 라이터로 성장할 수 있다면 정말 멋있을 것 같다.
주찬양과 서인국도 노래 잘한다. 그런데 혼자만 놓고 봤을 때,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R&B남자 보컬은 지금도 흔하다. 이진도 노래 잘한다. (노래야 다 잘한다) 혼자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어필하는 게 별로 없다. 권선국도 혼자서도 잘할 부류다. 그런데 역시 끌리는 매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조문군과 함께 부르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김주왕은 무대만 보면 괜찮을 것 같다. 리얼하게 등장하는 그의 성향은 좀 부담스럽다.
개인적으로 진짜 슈퍼스타 K를 꼽으라면 젬베 치는 조문근이다. 지역예선 때부터 꽂혔다. 계속 듣고 싶은 목소리다. 젬베는 얼마나 하나. 가격 괜찮으면 사서 배우고 싶어질 정도다. 그런데 슈퍼스타 K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최종에서 떨어져도 음반을 냈으면 좋겠다. 음반도 사서 듣고 공연도 가보고 싶다. 같이 붙었으나 먼저 떨어진 친구, 그리고 권선국이랑 그룹해도 좋겠다.
그리고
박씨 세자매... 박나래, 박세미, 박재은. 씨야나 다비치 같은 여성그룹 스타일에 가장 적합하다. 다른 걸그룹 스타일은 아니다. 어쩌면 <슈퍼스타 K>의 제작사인 엠넷미디어가 따로 그룹을 만들어 줄지도 모르겟다. 씨야나 다비치나 다 엠넷 본부장 김광수가 만든 그룹이다.(그런데 같은 성을 가진 3명이 한 그룹으로 묶이면 좀 촌스럽다)
그리고.
시각장애인 김국환의 퇴장에는 많은 배려를 한 듯 보인다. 김국환이 가진 인간적인 매력도 있지만, 그의 퇴장을 정말 찡하게 그렸다. "휘철이에게 박수를 쳐주려면 지팡이 없는 게 편하겠죠?" 준비한 말 같은데, 준비한 말이겠지만 역시 진심이 느껴졌다.
외모가 별로인 2명의 여자, 2명의 남자가 부르는 <거위의 꿈>을 동시에 편집한 건 다소 안일하지만 그래도 멋있었다.
정말 안타까운 참가자
김현지, 그녀의 제자 정은우, 진짜 뭐가 되도 될 것 같다. 노래는 정말 잘했다.
제주도에서 올라 온 소년. 정말 가수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엔터테이너로서 이효리의 전문가적인 모습을 처음 본 것 같다. 멋있다.
그리고...
임창정은 이제 <슈퍼스타 K>에서 할 일이 없어지는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