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부가 세필에 능했다는 증언에서 덕만의 화주(돋보기)를 떠올리는 건 당연할 거다. 어딘가 세필로 그 불가능한 꿈이 쓰여있을 텐데 덕만은 화주가 있으니 그걸로 보면 되겠네 싶은 순간, 작가들이 괴물처럼 느껴졌다. 이 화주는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외국상인이 어린 덕만에게 준 거였다. 그동안 참 요긴하게 쓰였다. 찻잎을 벽돌로 만들었다가 들켰을 때, 덕만이 화주로 찻잎을 태웠다. 어린 덕만은 또 설지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에게 비를 내릴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화주를 이용했다. 비담이 거짓 장풍을 쏠 수 있었던 것도 화주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화주, 처음 등장한 게 3회다. 내 기억에 머리 노랗고 뚱뚱한 상인이 줬다. 그런데 이 화주가 32회에 등장해 다시 이야기 전개상 요긴하게 쓰인다. 무려 29회까지 이어온 복선이다. 그간의 쓰임새를 봤을 때, 작가가 처음부터 모든 세부사항을 짜놓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복선이다. <선덕여왕>의 대본은 지금도 쓰이고 있겠지만, 쪽 대본으로 쓰이는 건 아니라는 증거물이 아닐지. 그러고보면 50부작 사극드라마에 영화적 구성을 시도하는 야심 아닌가. 32회에 재방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일 거다. 이 바닥에 발을 디딘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청자를 위한 배려로 봤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면 최근 결정한 연장12회가 걱정스럽다. 작가들의 계획 밖에 있는 이야기일텐데 어쩌나.



덧글
마르스 2009/09/09 09:26 # 답글
연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을지도 모르죠. 물론 이건 바람. 저도 어제 보면서 이야기 구조가 꽤 치밀한데란 생각을 했어요.ash 2009/09/09 10:43 # 답글
저도 어제 어머니와 똑같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소름이 돋기도 하고요.점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엄청나요, 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