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 재밌다. 감동적이다. 그런데 의심스럽다. etc...

아메리칸 아이돌을 봤던 건 아니다. 일반인 상대의 오디션 프로그램이고 괴팍한 아저씨가 있다는 말만들었다. 어찌됐건 <슈퍼스타 K>는 <아메리칸 아이돌>을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이다.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스타일의 오디션프로그램인데, 많이 본 듯 하면서도 강하게 밀어붙이는 점이 흥미롭다.

응시자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정말 가수가 하고 싶은 사람. 가수가 하고 싶은 건 아니고 다른 장기가 있는 데, 이 기회에 TV에 출연해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하나의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이다. <무한도전>의 돌아이 특집에 출연했던 MB아저씨는 두 번째 부류다. 영웅재중 엄마, 55세의 경찰관 가수, 해녀삼총사, 부부가수는 세 번째 부류다. 이들은 <슈퍼스타 K>의 풍부한 재미이자,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질 수 밖에 없을 <스타킹>적 요소인 듯 보인다.

<슈퍼스타 K>는 첫 번째 부류에서 진짜 드라마를 찾는다. 노래는 잘하지만 앞을 볼 수 없는 남자, 노래도 잘하고 끼도 있는 데 뚱뚱한 여자, 노래는 잘하지만 얼굴이 못생겨서 오디션에 매번 떨어졌던 15세 여자아이, 아버지에게 맞고 자랐던 한을 목소리에 담은 여자, 심지어 트랜스 젠더도 있다. 각각의 사연이 감동적이다. 인간극장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음치인 걸 알지 못했던 부산의 한 남자가 가장 흥미로웠다. 다른 사연보다도 더 센 사연이다. 자신이 음치인 줄 모르는 가수 지망생이란 소재는 충분히 영화적이다.

그런데 불가피한 쟁점도 보인다. 나는 이렇게 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거침없이 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아버지를 때렸다거나, 아버지에게 맞았다거나, 조폭인 아버지 때문에 시달렸다는 가정비화는 기본이다. 트렌스젠더 응시자는 자신의 남자친구 얼굴까지 공개한다. 이들이 어떻게 거침없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슈퍼스타 K>가 오디션프로그램이기 때문인 것 같다. 프로그램을 보니, 제작진은 접수를 받을 때 '내 인생 최대의 고비'란 항목을 넣었나 보다. 작가들은 사연을 간추리고 선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응시자들에게 당신의 그 쓰라린 사연, 지금껏 감추어놓았던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응시자의 입장에서 이 요구는 어떻게 보일까? 당연히 해야될 것으로 보일까? 좀 안쓰럽다. 왠지 그들은 그렇게 사연을 이야기하면 뽑힐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을 것 같다. 제작진이 손에 쥔 권력과 그에 대한 기대가 이 드라마의 작동원리가 아닐지.  

또 한가지 쟁점은 걱정이다. 내가 본 5회까지 <슈퍼스타 K>는 외모, 몸무게, 나이, 피부색, 장애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물론 정치적으로 올바른 태도다. 하지만 이것은 제작진이 드라마를 발견하기 위한 필수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예쁘고, 날씬하고, 어리고, 장애없는, 그리고 마냥 밝은 사람만 찾겠다고 했을 때, 그런 사람들에게는 눈물을 자아낼 만큼의 드라마를 찾기 힘들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슈퍼스타를 꼽는 이 프로그램은 최종 우승자를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폴 포츠처럼 오로지 노래실력 하나로 승부하는 슈퍼스타를 꼽을 수 있을까. 그들이 가진 '슈퍼스타'의 개념에 정녕 실력만이 있을까. 드라마와 실력을 동시에 갖춘이는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드라마와 실력과 스타성까지 갖춘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연 <슈퍼스타 K>는 어떤 선택을 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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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j 2009/10/08 23:50 # 삭제 답글

    시청률 잘 나오는게 목적이니까 당연하죠.
    그냥 오디션만 하면 누가 보겠어요.
    진짜 공정하게 오디션만 했다면
    다들 쓰레기 방송이라고 욕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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