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그를 생각하면 불고기가 떠오른다. 2002년 12월의 그날 밤. 부재자투표를 한 후 며칠 후. 그가 당선됐을 때, 나는 춘천의 자취방에서 선배와 함께 불고기를 구워먹었다. (그 선배의 고향은 김해다. 심지어 그가 태어난 그 진영이다.(마을은 다르다))불고기를 먹으면서 개표방송을 봤다. TV에서는 노무현의 인생사를 훑는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선배가 말했다. "저 양반이 그렇게 고생을 하더니, 결국 대통령이 되는 구나." 난 건배를 청했다. "내 인생에 첫 대통령 선거였는데, 내가 찍은 사람이 됐네." 그날 우리는 밤새워 술을 마셨다. 반복되는 똑같은 방송클립을 계속봤다.
사실 많이 미워했다. <씨네21>에 입사한 후에는 더 미워했다. 스크린쿼터가 엄청나게 축소됐다. 한미FTA가 체결됐다. 그때마다 취재를 했다. 진짜 미웠다. 그가 왜 이래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를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변절자, 나쁜 놈... 입사 후 처음 진행한 파워50 기획에서 노무현의 일러스트는 삽을 든 조폭이었다. 일러스트를 보면서 믿음을 묻어버린 존재라 여겼다. 내 믿음이 무너졌다.
그런데 어쨌건... 2002년의 그날 밤 기뻐했던 이유 그대로...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당선되길 원해서 찍었던 대통령이 죽었다.  MB가 당선될 때는 그가 당선되는 게 싫어서 다른 사람을 찍었지 누가 되길 원한 적이 없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정말 이 나라를 맡기고 싶은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유일하게 신뢰한 정치인이 죽었다. 어떤 정치인보다도 나를 화나게 했던 정치인이 죽었다. 선배와 다시 불고기나 먹어야겠다. 불고기보다 술을 더 많이 마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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