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밀리지 않습니다. 다만 양이 부족할 뿐... etc...

메신저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첫 마디가... "니네 회사 요즘 월급 밀려?"였다. 뭐냐. 또냐. 도대체 누가 그런 소문을 아직도 흘리는 건지. 얼마 전 K선배가 G모 블로그에서 밝혔듯 아직 월급은 밀리지 않고 있다. 정해진 월급날에 정해진 양의 돈이 입금된다. 월급날이 일요일이면 금요일에 입금된다. 출장비도 영수증만 잘챙기면 다준다. 만약 월급이 밀리고 있다면 계속 이 회사에 붙어있겠냐고.(물론 나 같이 다른 매체로 갈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언젠간 나오겠지 싶어 붙어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영화잡지를 포함해 인쇄매체 몰락의 시대는 맞나 보다. 몰락할 때, 몰락하더라도 월급은 제때 주는 회사가 나름 고맙다. 월급이 밀리면 알아서 월급이 밀린다고 말할테니, 헛소문은 그만 좀 내라.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돈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 돈으로 먹고 살고 있다.

스킨2.0 후기

못 해먹겠다. 1.0보다 어렵다. 기존 1.0스킨과 거의 동일한 포맷을 만들려 했는데, 되는 게 없었다. 제일 짜증났던 게 헤더수정이다. 1.0에서는 소스수정으로 금방 됐는데, 2.0에서는 소스 자체가 낯설다. 헤더뿐만 아니라 사이드바나 포스트 바 크기도 편하게 조절하는 형태로 업그레이드 됐으면 좋겠다. 위젯 크기는 아직도 마음에 안든다. 각 칼럼당 기본 크기가 너무 크지 않나. 여백도 좋은 데, 너무 허하다. 그래도 어떻게 바꾸기는 했다. 3시간 걸렸다. 잠이나 잘 걸...

부산국제영화제 후기 etc...

4번째 방문한 부산영화제였다. 4번 모두 일을 하러 갔는데, 일과 관련되지 않은 영화를, 그것도 극장에서, 두 편씩이나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결국 그 중 한편은 나중에 일과 관련되어버렸지만) 심지어 그 와중에 쇼핑도 했다. 평소 큰 가방을 하나 살려고 했던 참이었는데, 하필 이번 부산영화제의 메인스타디움이 신세계 센텀시티였다. 어찌나 많은 물건이 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는지, 가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며칠을 그대로 두다 결국 질렀다. 한 선배는 “쇼핑이란 키워드를 전혀 갖고 있지 않은 K가 쇼핑을 했으니, 정말 대단한 백화점”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못했던 일을 했으나, 평소에는 했던 걸 못한 것도 있다. 해변 앉아 맥주마시기, 해변을 돌며 사진 찍기, 해변에 앉아 멍 때리고 있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바다를 보지 못한 부산영화제였다.

감정적으로 가장 큰 동요가 있었던 순간은 지아장커의 마스터클래스였다. 이전에 두기봉, 코스타가브라스의 마스터클래스를 취재했는데, 지아장커가 가장 마스터클래스다운 강연을 했다. 두기봉은 진행상 문제가 있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건조했다. 코스타가브라스는 강연시간의 대부분을 뤼미에르부터 누벨바그에 이르는 영화의 역사 강의로 채웠다.

지아장커는 어린시절 자신이 살던 동네의 묘사로 시작했다. 음악과 춤, 시에 열광했던 시절을 지나 첸카이거의 <황토지>를 만났을 때의 감동, 삼수 끝에 북경영화학교에 들어갔던 사연, 그리고 첫 영화인 <소무>를 만들었을 당시의 에피소드등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현실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 의지를 갖게 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지아장커는 친구와 영화를 보러갔었다. 친구는 티켓을 끊으러 갔고, 지아장커는 화장실에 갔다. 그 5분 사이에 친구는 도둑이 됐다. 티켓창구 안쪽에 고급시계가 있었는데, 친구가 그걸 훔치려 했던 것이다. 지아장커는 그 5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나중에 지아장커를 따로 인터뷰한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는 더 놀라웠다. 어느 날 지아장커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의 옆으로 차가 지나갔다. 사형수를 태운 차였다. 그 차안에 자신의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지아장커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웃었다. 생각할 수 록 곱씹게 되는 일화다.

<소무>를 만들 당시의 에피소드에서는 울컥했다. 필름을 살돈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조금만 더 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북경코닥의 직원은 그럼 더 사면되지 않냐고 속도 모르는 이야기를 했다. 지아장커는 돈이 없다고 했고, 건물을 나와 택시를 타려했다. 그 순간. 그 직원이 필름을 한아름 들고 나와 지아장커의 품에 안겼다. 내 돈으로 산 필름이야. 난 너희가 이걸로 끝까지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어.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도대체 뭘 보고 필름을 사줬는지는 궁금하지만.

데일리를 위해 프리뷰 룸에서 본 영화와 극장에서 본 영화를 모두 합쳐 단 한편을 꼽으라면 <백야>다. 고바야시 마사히로란 일본 독립영화 감독의 작품이다. 독립영화이긴 한데,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는 사람은 아니다.

<백야>는 여행로맨스다. 프랑스 리옹의 붉은 다리를 중심으로 반경 100여미터를 배경으로 약 10시간 남짓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남녀의 대화가 나름 로맨틱한 음악에 실려 꾸준히 반복되는 데, 마지막 그들의 진심이 드러난다. 맞다. <비포선라이즈>랑 비슷하다. 그런데 <비포선라이즈>가 자신들의 충동을 고스란히 로맨스로 간직하는 이야기라면, <백야>는 충동을 의심하는 이야기다. 충동적인 키스, 런던으로 함께 가 살자는 충동적인 약속. 그 후 두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충동이 아니었을지 되새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야기의 원형이다. 단순한데, 온갖 심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이야기. 한 선배에게 들었는데, 전작인 <사랑의 예감>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한다.

뜻밖의 발견은 <페어러브>다. ‘와꾸’만 봐서는 절대 끌리지 않을 영화다. 5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사랑이야기라니. 눈물이 앞을 가릴게 당연하지 않나. 중년남성의 로망이 느끼할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페어러브>는 그 모든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로맨틱코미디다. 말하자면 50살까지 못해본 남자의 연애 성장극인데, 그 과정이 상당히 매력 있다. 배우들의 매력을 살린 감독의 공이 크다. 안성기의 연기스타일이 제대로 맞는 영화다. 흥행은 모르겠다. 그런데 본 사람들은 좋아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한국영화 5안에 꼽고 싶다.

의외의 실망은 마츠모토 히토시의 <심볼>이다. 전작 <대일본인>보다 더 나갔다고 보기는 힘들고, 안일하게 만든 영화로 보였다. 마츠모토 히토시 자신의 개그를 영화적으로 구현해보고 싶은 욕심은 보인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심오한 결말로 맺어야 했을지는 의문이다. (내가 굳이 심오하게 보려는 걸 수도 있다.) 단편적인 아이디어를 장편영화로 확장시키려는 무리수를 둔 것 같다.

그외 볼만한 영화를 꼽으라면 두기봉의 <복수>, 니시가와 미와의 <우리 의사선생님>, 최진호 감독의 <집행자>, 기시타니 고로의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 다리오 아르젠토의 <지알로> 정도다. (그리 많은 영화를 본 건 아니니 뭐...) <복수>는 <문작>보다 더 재밌는 영화를 기대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우리 의사선생님>은 꽤 완성도 있는 휴먼드라마다.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은 동시대 일본 감독들의 매력을 집대성한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한국판 제목이 안티라고 생각한다. <지알로>는 재밌기는 한데, 걸작은 절대 안 될 영화다. <집행자>는 후반부의 사형집행 시퀀스가 강렬한 영화다. 다른 부분은 평범하게 볼 수 있지만, 이 시퀀스 때문에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다. 직접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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